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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24:1-12, 실패 지점에서 다시 회복하는 사랑 본문

D형큐티/Luke

누가복음 24:1-12, 실패 지점에서 다시 회복하는 사랑

meaningful:) 2025. 4. 24. 17:14

 

평행본문
막 16:1-8 

 

부활하신 예수님은 왜 다시 갈릴리로 돌아가셨을까 ? 

 

갈릴리의 의미

‘갈릴리’는 본래 ‘반지’, ‘원’, ‘고리’를 뜻하는 이름이다. 실제로 갈릴리 호수는 둥근 고리처럼 생겼고, 그 주변으로 여러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성경은 이 지역을 “이방의 갈릴리”(사 9:1; 마 4:15)라 부르는데, 그만큼 이방 지역과 인접해 있었고, 실제로도 많은 이방인들과 혼혈인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었다.

갈릴리 지역을 조사하다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갈릴리 호수가 해수면보다 210m나 낮은 분지 지형이라는 점이다. 이곳의 주요 수원은 헤르몬산의 눈이 녹아 계곡을 타고 흐르며 요단강 상류를 지나 갈릴리 호수로 유입되는 물이다. 이후 이 물은 요단강 하류를 거쳐 사해까지 흘러간다. 즉, 갈릴리 호수는 물이 모이고, 또 흘러가는 곳이다.

그렇기에 갈릴리 호수는 생물이 풍부하고, 자연 생태가 살아있는 곳이다. 물이 흘러 순환하듯,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터전인 셈이다. 반면 요단강 끝에 있는 사해는 ‘죽은 바다’라 불리며, 염도가 높고 물이 고여있어 생명이 살 수 없다. 자연은 우리에게 말한다—물이 흘러야 생명이 산다고. 그리고 바로 그곳, 갈릴리에서 예수님의 복음 사역이 시작되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처음 부르신 곳도 바로 이 갈릴리다. 어부로 살아가던 그들을 부르시고, 소외된 이들을 만나시고, 병자들을 고치시고, 오병이어로 5천 명을 먹이셨으며, 산상수훈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전하신 곳. 그야말로 갈릴리는 생명의 말씀, 복음이 흘러가기 시작한 땅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알지 못한 채 죽음을 향해 가던 이들에게 생명을 주셨다. 갈릴리는 단지 물이 흐르는 땅이 아닌, 복음이 흘러가는 시작점이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 이 말씀처럼 복음도 물처럼 흘러가야 한다.

 

 

실패의 지점이자, 회복의 지점 갈릴리

만약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예루살렘으로 먼저 가셨다면 어땠을까?

예루살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곳이며, 제자들이 예수님을 부인하고 떠났던 장소이다. 그곳은 제자들에게 죄책감과 두려움,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먼저 나타나셨다면, 제자들은 회복보다 더 큰 두려움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른다.

또한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바리새인, 사두개인, 산헤드린 공회—앞에 예수님이 다시 나타나셨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감추기 위해 더 큰 핍박을 가했을 것이고, 내부적 혼란과 정치적 충돌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복음은 종교 개혁의 메시지로만 해석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복음의 방향이 유대 내부로만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수님은 다시 갈릴리로 가셨다.

그곳은 제자들이 도망쳤던 곳이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의 땅이었다. 요한복음 21장에서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생업으로 돌아간 제자들에게 직접 찾아가신다. 고기 한 마리도 못 잡은 밤을 보낸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그물을 오른편에 던지라"고 말씀하신다. 말씀대로 했을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고기가 잡힌다. 그리고 예수님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떡과 생선을 구워 아침을 차려주신다. 부인하고 도망친 제자들을 정죄하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회복하신 것이다.

갈릴리는 생명의 시작점이자, 제자들의 실패 지점이다. 예수님은 그 실패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씀하신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묻는 그분은 실패한 제자들을 다시 복음의 출발점으로 부르신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예수님의 부활은 단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지금 여기 있는 나에게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다. 나에게 있어 ‘갈릴리’는 어디인가? 실패했다고 느끼는 자리, 외면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그 지점에 예수님은 찾아오신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신다. 회복을, 새 출발을, 생명을 주시기 위해.

흘러가는 물처럼, 복음도 흘러가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나의 갈릴리에서부터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나의 가장 부끄러운 자리, 도망치고 숨고 싶었던 그곳까지 찾아오셔서 회복시키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내가 실패했다고 느끼는 그 지점에서 주님은 나를 기다리시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미신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다.
그 질문 안에는 여전히 너와 함께하고 싶다, 다시 회복되길 바란다는 주님의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다.
그리고 주님은 조용히 말씀하신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사랑의 근원이신 주님은 나에게 풍성한 사랑을 부어주시고,
그 사랑이 내 삶을 통해 흘러가길 원하신다.

사망 권세를 이기신 부활의 주님을 묵상할 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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